교수님

from etc 2011. 5. 5. 07:49






교수님 가시는 길 배웅 하고 왔다.

추운날이나, 더운날이나 열려있던 교수님 방도

엘레베이터에서도 확인 할 수 있었던 홍삼캔디 스멜도

누구든 앉게 되면 심각해지는 반성의 의자도

교수님께서 매일 주차하시던 자리도

아직 기억속에 그대로인데,

너무 빨리 가셨다.

죄많은 제자라

돌아가신 자리에서야

교수님 영정으로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얼굴에 깊게 패인 그 주름들이

내가 하나하나 놓아 드린거 같아 죄송스럽기만 하고

반성의 의자에서 하루종일 앉아 있으라면 그럴수 있을꺼 같은데,

교수님은 이제 자리에 계시질 않는다.


굳이 날 위해 스스로를 위로 하자면

난 교수님께 바이러스를 배운 마지막 학생이라는것과

미완의 제자가 아니기에

교수님의 가르침이 끝이 아니라 생각하려고 한다.

은사님이 아닌 지도교수님으로 영원히 남게 되셨다.

나의 학문의 철학과

나의 학문 관심사와


이 모든것에 대해 아직 교수님께 더 배울것이 많다 여겨지는데,

교수님은 그렇게 떠나셨다.

마지막까지도 내 논문을 지도해주시지 못해서

그 큰 고통속에서도 내 이름을 부르셨었다고 들었다.

난..

그저 죄송스러울 뿐이다.

난 죄많은 제자라.

이제 내가 할 일은

교수님께서 하고 싶었던 학문적 큰 방향을

내 능력이 닿는 곳까지 최선을 다 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교수님, 이제는 담배도 많이 피시고

아픔없이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아요.

교수님 방은 아직도 열려 있을것만 같은데..

너무나 아름다은 계절에 가셨습니다..

좋은 기억만 가져가세요.





2011년 05월 05일
혜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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